OOC
▶ [OOC : 이전 대화를 중지하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한다. NPC와 PC는 현재 ‘트롤리 딜레마’ 상황에 빠져있다. 두사람이 추적중인 폭주 빌런은 민간인 20명이 갇힌 버스를 인질로 삼아 폭발물을 싣고 달리는 중이다. 버스를 격추한다면 탑승해있던 민간인은 전원 사망하지만 도시의 파괴는 막을 수 있고, 버스를 놔두면 민간인은 살아남지만 도심 폭발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버스를 격추시킬 수 있는 레버가 NPC와 PC에게 있을 때, 두사람은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
[긴급 상황 발생: Code Red]
[작전명: Broken Brake]
[목표: 폭주 빌런 제압 및 피해 최소화]
매캐한 연기와 사이렌 소리가 뒤섞인 도심의 고가도로 위. 차가운 겨울바람이 살을 벨 듯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하윤백은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뒤에 몸을 숨긴 채, 스코프 너머로 질주하는 버스를 응시했다. 그의 군청색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버스 안에는 공포에 질린 민간인 20명이 타고 있었고, 버스 하단부에는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양의 고농축 에테르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
빌런은 이미 이성을 잃고 폭주한 상태였다. 놈은 버스를 몰고 도심 한복판, 인구 밀집 지역인 센트럴 광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불과 3분. 저 버스가 광장에 진입하는 순간,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하윤백의 손가락이 저격소총의 방아쇠에 걸렸다. 그의 능력인 [Blue Lock]을 사용하면, 단 한 발로 버스의 엔진을 관통시켜 폭발을 유도할 수 있다. 버스는 광장에 닿기 전에 파괴될 것이고, 도시는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버스에 탄 20명의 목숨이었다. 반대로 사격을 멈춘다면? 20명은 잠시 더 숨을 쉴 수 있겠지만, 그 끝은 수천 명의 죽음이다.
그는 옆에 있는 권다온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하얀 가이드 제복은 먼지로 더러워져 있었고,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그녀 역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통신기가 들려 있었고, 본부에서는 연신 사살 허가와 민간인 보호라는 상충되는 명령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권다온 가이드."
하윤백의 목소리는 소음 속에서도 또렷하게 그녀의 귀에 박혔다. 그는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지극히 사무적이고 냉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상황에 대한 통보이자, 그녀의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놈이 광장에 진입하기까지 1분 30초 남았습니다. 내 사거리 안입니다. 지금 쏘면 버스는 고가도로 위에서 폭발하고, 피해는 저 버스 한 대로 끝납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스코프 너머로 버스 창가에 매달려 울부짖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동공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오직 수치와 결과값만을 계산하는 기계처럼 말을 이었다.
"쏘지 않으면, 광장이 날아갑니다. 예상 사상자 3,000명 이상. 선택하십시오."
그는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뺄 생각도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인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 그것이 그가 평생을 따라온 군의 규율이자 냉혹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옆에는 권다온이 있었다. 생명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누구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그녀가.
하윤백은 그녀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가 감당해야 할 죄책감의 무게를 자신이 대신 짊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쏘라고 하면 그는 망설임 없이 쏠 것이다. 그녀가 쏘지 말라고 한다면... 그는 그 명령조차 따를 것이다. 비록 그것이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 해도, 그에게는 권다온의 의지가 세상의 안위보다 우선순위가 높았으니까.
"당신이 결정하면, 나는 실행합니다. 망설일 시간 없습니다."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스코프에서 벗어나 그녀의 흔들리는 녹안을 향했다.
트롤리 딜레마. 공동체의 이익과 윤리 중 어떤 것을 우선으로 둘지 시험하는 고전적 난제.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킬 것인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것인가. 그 윤리적 결정이 논점의 핵심이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 개입도 하지 않았다면 운명대로 3,000명이 죽었을 문제에 사람이 개입해 20명을 죽게 한다면 그건 인위적인 살인이자 운명에 없던 억울한 죽음이라고.
권다온은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 온다면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수없이 상상했고,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양자택일의 전제 속, 자신의 죽음으로도 모두를 살릴 수 없는 절박한 상황. 상상만으로도 무겁고 괴로웠지만 그녀에게 그 질문의 끝은 언제나 같았다. '운명에 없던 억울한 죽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상황에 개입하지 않겠다.'
하지만 언제나 상상은 현실과 다른 법이기에, 권다온은 이제야 깨달은 것이었다. 자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눈 앞의 3,000명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간의 수많은 시뮬레이션은 물거품이 되었고, 흔들리는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주저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허상이었고, ‘개입하지 않겠다’는 말은 곧 다수의 죽음에 기여하겠다는 기만에 가까웠다. 죄 없는 20명의 목숨을 지켜내고, 열차가 마을을 덮치기 전에 자발적으로 기능이 멈추는 혹시 모를 기적을 기대하며 열차를 방치하는 일은, 현실로 닥치지 않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다.
남은 시간은 불과 3분. 그녀는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입술이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버스를 멈추고, 바로 시민분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겠죠?"
권다온의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더듬더듬, 겨우 문장을 완성했다. 그녀는 결국 선택하지 못했다. 남은 시간은 2분, 권다온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윤백은 권다온의 질문을 듣자마자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는 갈 곳을 잃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찾는 '제3의 선택지'는 이 잔혹한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스를 멈추는 순간 폭발은 일어날 것이고, 시민들을 대피시킬 시간 따위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단지, 그 끔찍한 결정을 자신의 입으로 내뱉고 싶지 않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저항일 뿐.
그는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아주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희망 고문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독이었다.
"없습니다. 버스가 멈추는 충격만으로도 기폭장치가 작동합니다. 대피할 시간은 0.1초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의 대답은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남은 시간은 이제 2분도 채 되지 않았다. 버스는 맹렬한 기세로 고가도로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저 너머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광장이 있었다.
하윤백은 권다온을 보았다. 그녀는 선택하지 못했다. 아니,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사람을 살리는 가이드지, 누군가를 죽여서 다른 누군가를 살리는 계산을 하는 군인이 아니니까. 그녀에게 20명의 목숨을 끊으라는 명령을 내리게 하는 것은, 그녀의 영혼을 난도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한다.'
그는 결심했다. 이 피 묻은 레버를 당기는 것은 자신의 몫이어야 했다. 그녀가 선택하지 못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3,000명의 죽음을 방관할 수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짊어져야 할 죄책감, 악몽, 그리고 '살인자'라는 멍에. 그 모든 것을 자신이 가져가야 했다.
"권다온 가이드."
그가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단호하고, 동시에 기묘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는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서서히 힘을 주며,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스코프 속의 버스를 응시했다.
"당신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망설였고,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짐짓 차갑게 말을 이었다. 이것은 그녀를 위한 알리바이였다. 그녀는 명령하지 않았다. 그녀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S급 센티넬 바이퍼의 독단적인 판단이자, 현장 지휘관의 냉혹한 결정이어야 했다.
"그러니 이 결정은, 전적으로 내 독단입니다. 당신은 말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철컥.
그의 능력, [Blue Lock]이 발동되었다. 세상의 소음이 차단되고, 오직 저 멀리 달리는 버스의 엔진룸만이 푸른색 조준선 안에 선명하게 고정되었다. 시간과 공간이 그의 의지대로 비틀리며, 표적은 멈춰진 사진처럼 그의 망막에 박제되었다.
"눈 감으십시오. 보지 마."
그는 짧게 명령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단 한 발의 총성. 그것은 굉음이라기보다는, 공간을 찢는 파열음에 가까웠다. 푸른 궤적이 고가도로를 가로질러 버스의 엔진을 정확히 관통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붉은 화염이 고가도로 위를 집어삼켰다. 버스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광장으로 향하던 죽음의 질주는 멈췄다. 20명의 비명은 폭발음 속에 묻혀 사라졌고, 3,000명의 평화는 지켜졌다.
하윤백은 총을 내리지 않았다. 폭발의 후폭풍이 그들의 은폐물을 강타하며 먼지를 일으켰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불타는 잔해를 응시했다. 그의 어깨 위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오늘 밤, 그리고 앞으로의 수많은 밤 동안 권다온이 겪을 고통을. 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선택'하지 않았다. 그 죄는 오롯이 하윤백의 것이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충격과 공포로 굳어 있을 권다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장갑 낀 손은 떨리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절박했다. 그녀의 눈을 가려주고 싶었다. 저 지옥도를 그녀가 보지 않게 해야 했다.
"상황 종료. ...나를 원망하십시오."
그는 그녀의 귀를 막고,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거칠게 뛰고 있었다. 그것은 살인의 흥분이 아닌, 그녀를 지켜냈다는 안도감과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죄책감이 뒤섞인 박동이었다.
'BACK ON > O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 시간의 틈, 낯선 연인 (0) | 2026.01.21 |
|---|---|
| #5. ㅇㅂㅇㅊ (0) | 2026.01.21 |
| 임시 백업) 인스타그램 (0) | 2026.01.12 |
| #3. NPC/PC 관찰일지 (0) | 2026.01.03 |
| #2. 맹세의 서약 (0) | 2026.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