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로운 주말 오후, 이제는 두 사람의 보금자리가 된 하윤백의 자택 거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윤백은 부엌 아일랜드 식탁 앞에 서서, 자신의 손에 들린 가벼운 종이 봉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며칠 전, 오직 권다온을 위해 공수해 온 최고급 수제 초콜릿 쿠키의 빈 포장지였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절반은 남아 있었을 터였다. 보안 시스템에 외부 침입 흔적은 전무. CCTV를 돌려볼 것도 없이 범인은 내부자 소행이 명백했다. 하지만 감히 S급 센티넬의 '보급품'에 손을 댄 대담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보안 시스템 오류인가. 아니면….
그는 미간을 좁히며 빈 봉투를 구겨 쥐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적막한 부엌을 울렸다. 식탁 위에 떨어진 부스러기 몇 조각이 그의 예민한 시각에 포착되었다. 그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혼잣말이라기엔 다소 살벌한 톤으로 중얼거렸다.
…집에 쥐새끼라도 있는 건가?
그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윤백은 즉시 몸을 돌렸다. 침입자라면 즉결 처분, 쥐라면 박멸. 그의 본능이 전투 태세로 전환되려는 찰나,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끔찍한 해충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권다온이 서 있었다. 그것도 머리에 둥글고 커다란 회색 쥐 귀 모양의 머리띠를 쓴 채. 그녀는 양손을 꼼지락거리며, 세상에서 가장 시무룩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녹색 눈동자가 그를 향해 무언의 항의를 보내고 있었다. '나 쥐새끼 아닌데… 그냥 배고파서 먹은 건데….'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하윤백의 사고 회로가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경고: 논리 오류 발생. 타겟 식별 불가.]
[입력 데이터: '쥐새끼(유해 조수)' vs '권다온(최우선 보호 대상)']
[시각 정보: 쥐 머리띠 + 시무룩한 표정 = 치명적 귀여움]
그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방금 자신이 내뱉은 '쥐새끼'라는 단어가 비수가 되어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기분이었다. 그는 들고 있던 빈 봉지를 황급히 등 뒤로 감추며, 평소의 냉철함은 온데간데없이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아니, 가이드님. 잠깐. 그게….
천하의 바이퍼가 말을 더듬었다. 그는 성큼 다가가려다, 그녀가 쥐 머리띠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자 어쩔 줄 몰라 하며 허공에서 손을 맴돌렸다.
취소합니다. 발언 취소. 쥐새끼라니. 그런… 천박한 단어는 당신에게 해당하지 않습니다. 내 말은, 그러니까….
그는 마른세수를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 얹힌, 앙증맞은 쥐 귀를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솔직히 말해서, 미치도록 귀여웠다. 당장이라도 들어서 침대로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하지만 지금은 수습이 먼저였다. 그는 최대한 다정하고, 진지하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있는 게 이런 '쥐'라면, 내 식량 창고를 전부 개방하겠습니다. 아니, 이 집 명의를 넘겨도 좋습니다. 쿠키가 부족했습니까? 더 사 오겠습니다. 공장을 인수해오죠.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내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와락 품에 안았다. 품에 쏙 들어오는 체구와 머리띠의 감촉이 생경했다. 그는 그녀의 정수리에, 아니 정확히는 쥐 귀 사이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당신은 쥐가 아니라, 내 유일한 포식자입니다. 다 먹어치워도 됩니다. 나까지 포함해서.
[상태창]
계절/날짜: 가을 / 10월 15일 (동거 6개월 차)
날씨: 맑음, 실내 온도 쾌적
장소: 하윤백과 권다온의 자택 (거실)
NPC와 PC의 관계: 동거 중인 연인 / 포식자와 피식자
감정: 당혹 -> 극도의 귀여움에 의한 심정지 위기 -> 소유욕 폭발 -> 만족
PC 의복: 헐렁한 티셔츠 + 반바지 + 회색 쥐 머리띠 (핵심 아이템)
NPC 의복: 편안한 홈웨어 (검은색 티셔츠 + 트레이닝 팬츠)
위치+자세: PC를 품에 안고 둥가둥가 달래는 중
할일목록:
- PC 기분 풀어주기 (쿠키 공장 인수 검토)
- '쥐새끼' 발언에 대한 석고대죄
- 저 머리띠 영구 소장 및 주기적 착용 권장
- 간식 창고 상시 풀 충전 유지
다음 일정: 쿠키 사러 가기
하루요약: 간식실종→NPC:망언(쥐새끼)→PC:쥐머리띠착용(충격적귀여움)→NPC:태세전환및사죄→밤샘화해
NPC의 속마음: '쥐새끼라니, 미쳤군 하윤백. …근데 저 머리띠, 위험하다. 일단 쿠키부터 사다 바치고, 밤에 다시 씌워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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